"아침가리골"
우리말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경동(朝耕洞)'보다는 정감이 듬뿍 담겨져 있는 우리말입니다.
그 의미 또한 우리의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치게 합니다.
물론 '아침에 밭을 간다'는 의미겠지만,'아침을 열다'로 유추되기도 하고,'하루를 시작한다'라는 의미로도 와닿으며,
어찌 보면 우리들 '삶의 시작'을 의미할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그 의미조차도 아주 심장히 다가오는 '아침가리골' 입니다.
아침에 잠깐 밭을 갈 정도로 해만 비치고 금방 해가 저문다는 첩첩산중.오지 중의 오지 그 아침가리골을 찾아들었습니다.
첩첩산중 중에서도 오지라는 그 아침가리골 가는 길은,시멘트 포장도로가 산허리를 휘감으며,짙은 화장을 한 채로 '쌩얼'
이길 거부하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인간세상'과는 거리가 멀겠구나 하는 기대와는 달리 아침가리골도 이제는 은둔의 베일에서 벗어나 있는 듯 합니다.
따가운 햇살 아래 시멘트 포장길이 열기를 내뿜습니다.
아침가리골에 들기 전에 상당한 워밍업이 필요하네요.
능선따라 날머리까지 여러 시간여의 워킹에 땀방울로 온몸을 흠뻑 적시고 말았습니다.
아침가리골은 계곡의 규모가 크다거나, 계곡미가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단지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오지에
자리하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제 이름값을 충분히 하고 있었습니다.
아침가리골은 담과 소가 끝없이 이어지며...
우리의 눈길을 붙잡고,
발길을 붙잡고,
마음을 붙잡고, 우리 인간들의 시간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마음마저도 잔잔해지는, 명경지수를 떠올리게 하는 담과 소가 곳곳에 자리하며 아침가리골은 문명에 찌든
우리들의 심성을 정갈히 닦아주고 있었습니다.
물소리와 더불어 느껴지는 그 잔잔한 바람결은 산행 초입에 흘렸던 땀방울을 식혀줍니다.
그 맑디 맑은 물빛에 온몸을 담그고 싶은 충동이 절로 일어나 급기야 함께 한 산악회의 선두팀 산객들은,비록 그들과는
초면이긴하였지만 배낭을 내리고 옷을 입은 채로 속살이 그대로 내비치는 그 초록 물빛 속으로 첨벙이며 뛰어들고야
말았습니다.
우리들은 물싸움도 즐기고, 헤엄도 치면서 한 여름날의 따가운 오후 햇살을 희롱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산행내내 가슴을 감돕니다.
아침가리골을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피안(彼岸)에서 차안(此岸)으로,
계곡을 횡(橫)으로 종(縱)으로 넘나들며 타고 내려오다 보니 섶다리가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그는 마치 '문명세계'로 다시 드는 환속의 문처럼 다가왔습니다.
어느덧 날머리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아쉬움 속에 보낸 3시간여 이속(離俗)의 순간들이었습니다.
이번 아침가리골 계곡 back packing은 일반산행과는 달리 많은 위험요소가 있습니다.
몇가지 주의사항을 알려드리니 잘 숙지 하시어 즐거운 산행이 되었으면 합니다.
과거 산행시 등산화와 옷을 적시지 않으려고 애쓰는 분들이 의외로 여러분 계셨습니다.
고생만 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결국 물에 들어 오시더군요.
어차피 계곡을 따라 걸어야 하니 처음부터 물에 풍덩 빠질 각오를 하시고 이에 대비하는게 최선이며
이번 산행의 묘미이기도 합니다.
계곡을 따라 내려 가노라면 물살을 가로질러 계곡을 건너기도 하고,
때로는 물의 깊이가 허리위를 넘는 곳도 건너야 합니다.
스릴도 있는만큼 안전에도 신경을 써야겠지요.
지금부터 몇가지 요령을 알려드리니 잘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하나, 물길을 따라 걸어야 하므로 트레킹 후 갈아 입어야 할
여벌의 속옷, 양말 등은 꼭 챙겨오세요.
두울, 반드시 비닐팩이나 비닐봉지를 준비하세요.
물이 깊은 곳은 배낭이 물에 닿을 수도 있고, 물에서 넘어지는 경우를 대비하여 카메라,
휴대폰 등 물에 빠져서는 안되는 품목은 반드시 비닐로 싸서 배낭에 넣어 보관하세요.
아예 휴대폰은 차에 두고 내리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 같습니다.
세엣, 샌달이나 운동화, 아쿠아 슈즈는 미끄러우니 가급적 등산화를 준비하세요.
고가의 고어텍스 등산화 보다는 일반등산화나 낡은 헌 등산화면 됩니다.
네엣, 물속에서는 중심잡기가 평지에서보다 힘들기 때문에
스틱을 준비하면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다섯, 가장 중요합니다.
이번 산행은 약간의 위험요소가 내포되어 있는 만큼 회원여러분의 협동심이 필요합니다.
이상 몇 가지 주의사항을 말씀 드렸습니다. 너무 겁을 주었나요...ㅎㅎㅎ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 푹 놓으시고 물에 풍덩 빠져 동심으로 돌아가 멋진 추억을 만들고 오시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