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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침가리골 트레킹[조경동계곡]

직녀이 2009. 7. 30. 12:08

우리땅 속살 여행 아침가리(조경동 계곡)

 

       골짜기 문을 열면 또 다른 세상이 기다린다.

삼둔 사가리. 강원 인제의 방태산 기슭에 숨어있는 산마을을 일컫는 말이다.

3둔은 산속에 숨은 3개의 평평한 둔덕이라는 뜻으로 방태산 남부 홍천 쪽 내린천을 따라 있는 살둔(생둔), 월둔,달둔이 그곳이요, 

4가리는 네곳의 작은 경작지가 있는곳을 일컫는데 북쪽 방대천 계곡의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 명지가리를 두고 그렇게 부른다. 옛날 정감록에서 난을 피해 편히 살 수 있는 곳이라 지칭된 곳으로 지금도 그 오지의 모습이 여간 만만치 않다.

6.25전쟁때도 이곳 만큼은 군인들의 발길이 전혀 미치지 않았다고 하고, 전쟁이 난 줄도 모르고 살았다니 그 심산유곡의 깊이를 가름할만하다.
이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아침가리다.

아침에 잠시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비치고 금세 져버릴 만큼 첩첩산중이라 해서 지어진 이름인데 숨겨진 깊이만큼 여태도 봄이면 이름모를 야생화 천국이 되고 여름이면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시원한 피서지가 되어주는 곳이다. 

아침가리골은 계절마다 분위기는 다르지만 봄과 여름에 특히 볼만하다. 바닥까지 비치는 투명한 옥빛 계류 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떼, 색과 무늬가 다양한 바위와 조약돌이 깔린 모래톱 한굽이를 돌 때마다 펼쳐지는 절경에 심취한다. 특히 아침가리골의 중간지점에 조경동이 있는데, 이곳에서 부터 방동리 갈터로 이어지는 15km의 조경동계곡이 이어진다.

 

초록으로 빛나는 울창한 숲

숲은 맑고 차가운 계곡을 품고 있다. 계곡은 넓을 뿐 아니라 깊고도 깊어, 들어갈수록 신비로운 광경을 펼쳐 보인다. 숲과 계곡에는 온갖 동물이 산다. 나무에는 박새, 황조롱이, 소쩍새, 곤줄박이, 부엉이가 둥지를 틀고 물에는 열목어, 어름치, 갈겨니, 통가리, 쉬리 등이 헤엄치며 살고 있다.

아침가리골구룡덕봉, 가칠봉 등 해발 1,200~1,400m의 고봉에 첩첩산중 둘러싸인 깊은 골짜기. 조선시대의 예언서 <정감록>에서 말한, 난을 피하고 화를 면할 수 있는 ‘삼둔 오가리’ 가운데 한 곳이다. 삼둔은 홍천군 내면의 살둔, 월둔, 달둔이고 오가리는 인제군 기린면의 연가리, 명지가리, 아침가리, 명가리, 적가리다. 예로부터 전해지기를, 난과 포악한 군주를 피해 숨어 들었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초록이 살아있는 원시림, 아침가리골 

 

아침가리골은오가리 가운데서도 가장 깊었다. 찾는 사람도, 찾고자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이 심산유곡이 5~6년 전부터 슬슬 붐볐다. 오지 여행가가 하나 둘씩 들어왔고 알파인 스틱을 잡은 트레커가 계곡을 누비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제는 ‘꼭꼭 숨은’ 오지가 아니라 ‘몸 튼실하고 마음 가벼이’ 떠난 트레커라면 누구라도 받아주는 트레킹 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아침가리골에는휴지 조각 하나 없다. 찾는 사람은 늘어났지만 보존 상태는 그대로다. 원시의 모습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

번잡한 도시의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 아침가리골 트레킹 출발점은 방동리 갈터마을이다. 목적지인 방동초등학교 조경동분교까지 직선 거리는 약 3km. 하지만 만만하게 볼 거리가 아니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약 7km, 길을 잃고 헤매는 것까지 합치면 10km는 된다.

아침가리계곡으로 들어서는 길은 찾기가 힘들다. 계곡은 보이는데 내려가는 길이 없다. 어디로 가야 하나. 잠시 두리번거리는 동안 매점 아주머니가 배낭을 메고 등산화를 신은 행색을 보았나 보다. “아침가리 가시려고?” 하더니만 손가락으로 계곡 쪽을 가리킨다. “저기, 저어기가 아침가리요. 그냥 들어가면 돼.”

과연 그러하다. 계곡을 따라가는 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냥’ 계곡을 따라가기만 하면 될 뿐인 것을.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포장된 반듯한 길만 따라다니던 도시인에게는 자연이 내준 길이 낯설기만 하다.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계곡으로 내려선다. 첨벙첨벙 걷는다. 계류 속을 걷는 발이 시리다. 5분쯤 가자 발등이 시리다 못해 저리기까지 하다. 5월하고도 중순, 도시의 빌딩 숲은 벌써부터 무더운 열기를 내뿜건만 아침가리의 청명한 숲과 얼음장처럼 차가운 계류는 정신을 번쩍 들게 할 만큼 명징하다.

물길을 건너자 비좁은 오솔길이 나타난다. 길은 계류를 따라 산 속으로 나 있다. 길들지 않은 길. 산철쭉이 바위 틈새마다 뿌리를 내리고 진분홍 꽃을 피웠다.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 바람이 산철쭉을 쓰다듬는다. 불이 붙은 듯 흔들리는 꽃가지. 새들이 한꺼번에 새로 고쳐 운다.

길이 점점 사라진다. 잡목이 무성해지더니 어느 샌가 길이 희미해지며 결국 없어진다. 할 수 없이 계곡으로 내려선다.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숨을 고른다. 물빛을 바라본다. 구름 사이로 해가 잠깐 비친다. 사금파리를 뿌려놓은 듯 물이 반짝인다. 지상의 색깔이 아니다. 눈이 부시다. 꺽지가 ‘쉬익’ 하며 꼬리를 치며 돌 사이로 재빨리 숨는다. 돌피리가 지느러미를 팔랑거리며 헤엄친다.

돌피리를 따라가는 눈길에 신통하게도 징검다리가 보인다.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징검다리를 건넌다. 물이 무릎까지 차오른다. 이끼 낀 돌이 미끄럽다. 건너편으로 가니 다시 길이 어렴풋이 나타난다. 길 끝에는 울창한 낙엽송 숲이 기다리고 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 숲. 휘파람을 불며 숲길을 걷는다.

낙엽송 숲을 빠져나온 길은 계곡으로 이어지더니 또다시 사라진다. 그제야 안다. 아침가리에는 사람이 만든 길이 없다는 사실. 산이 내어준 길, 높은 곳에서 흘러내린 물이 만들어놓은 길만이 있다는 사실.

아예 바지를 걷고 계류 속으로 들어간다. 폭이 좁아 물살이 제법 세다. 다리가 휘청거린다. 힘을 단단히 줘야 한다. 알파인 스틱을 가져오길 잘했다. 계곡 트레킹에서 알파인 스틱은 매우 유용하다. 스틱을 사용하면 균형을 잡기가 쉽다. 스틱이 없다면 기다시피 건너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스틱을 지지대로 사용하면 안전하고 쉽게 건널 수 있다.

   

 

출처 : 산과그리움(부산초보산악회)
글쓴이 : 구지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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