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스크랩] 남 / 여

직녀이 2006. 9. 17. 11:52

남 / 여

 
 



살다보면 두고 두고 생각해도
참 민망해지는 순간이 몇 번 있었는데
나 한테는 오늘 일도 그렇게 될 것 같아

왜 갑자기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어
내가 너 보내줄께 잘 살아라

내가 왜 그런 말 했을까?
내가 안 보내 준다고 니가 안 갈 것도 아닌데
내가 잘 살라고 하지 않아도 넌 잘 살텐데

너무 웃기잖아 무슨 옛날 영화처럼...

내가 너 한테 심하게 매달린 거
한번에 쿨하게 보내 주지 못한 거
너 한테 나중에 막 나쁜 소리 했던 거

니가 기억 못 했으면 싶은거 많고 많지만
그 중에서도 오늘 그 말은
정말 니가 기억하지 못하면 좋겠다

그 만큼 매달려 놓고 무슨 자존심이 남았다고
내가 널 보내 준다느니 잘 살라느니

내가 너무 웃겼던 것 같아서 두고 두고 그 말 후회 할 것 같아




바라던대로 헤어 졌으니 개운해야 할텐데
난 지금 너무 이상해

오늘 니 말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상황이 다 역전된 기분이야

어제까진 내가 유일한 가해자였는데
지금은 아닌것 같아
니가 오히려 나쁜 사람 같고

그냥 끝까지 붙잡았으면
나만 끝까지 나빴을 텐데
그러면 넌 마음 편했을 텐데

너는 왜 마지막에 그런 말을 했을까?

혹시, 내 마음 편하라고 그래서 그런 걸까?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너무 넘치는 걸까?

정말 그런거 였으면 넌 정말 착한 사람이었구나

하지만 만약 그런게 아니었더라도
그렇게 말해서 네 자존심이 조금이라도
지켜졌다면 그것도 다행이야

그리고 어쨌든
내 마음이 이렇게 편해졌으니 고맙다






이런 것두 범죄 심리의 일종 일까요?
가끔씩 그녀의 블로그에 들려서 그녀의 글을 훔처 읽게 됩니다.

이 이 영화 봤구나? 나도 봤는데
요즘 이 노래 좋아하는 구나? 나도 좋아하는데
혹시 이 노래 가사 들으면 그녀도 내 생각이 날까?

그 친구랑 같이 술 마셨구나?
술 자리에서 내 얘기 했을까?
만약 했다면 뭐라고 했을까?

스토커 처럼 숨어서 게시물들을 읽고
그리고 내가 다녀간 흔적을 없나 확인해보고
그러다 보면 이게 뭐 하는 짓인가란 생각이 듭니다

막 싫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미 버릇이 된건지
오늘도 이렇게 그녀의 블로그에 들어와 있습니다.

오늘 그녀가 올린 글의 제목은
내 삶의 계획을 다시 세우고 있다.
잘 살아야 겠다.....

그 글을 보니 가슴 한편이 서늘해 졌어요...
그 이유는 내가 더 잘 알거든요...

그녀가 정말 잘 못 지내길 바랬던 거...
내가 그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었던 거...

서로 해어 지자 말하고 해어 졌으니
이젠 그녀가 잘 지내든 못 지내든 내가 상관 할 바가 아닌데

그녀가 불행해 하길 한편으로 바라는 나를 보며
참 못된게 사람이란 변명을 해봅니다




너 한테 전화를 하고 싶을 때 마다
난 아무도 찾지 않는 블로그에 글을 남겨

안녕! 잘 있니 어떻게 지내니
묻고픈 말들 대신 검사 받을 일기를 쓰듯
느낌이 없는 글을 남기기도 하고
그러다간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결심들을 줄 줄 두드려 대기도 하지

난 앞으로 잘 살아야지
보란 듯이 잘 살아야지
너 보다 착한 사람
너 보다 키 큰사람
너 보다 나한테 더 잘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 만나서
너랑 있을 때 보다 더 즐겁고 행복 해야지

너 한테 준거 보다 더 많이 사랑해 줘야지
너랑 함께 일 때 보다 훨신 더 예뻐지고
너 한테 한 것 처럼 짜증 부르지 않아야지

결국 내 결심과 계획은 한 가지로 모아지네

나 없는 너 보다 너 없는 내가 훨씬더 잘 지내는 거
보란 듯이 너를 극복하는 거
그래서 나를 붙잡지 않은 니가 두고 두고 후회 하는거

난 이렇게 못된 마음으로
오늘도 블로그에 노래 하나를 올려 놓는다

니가 이 노래를 부르면 울게 될 날 있을 꺼야
생각 하면서.....


이소라의 음악도시 - 그 남자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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