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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 주흘산 (펌)

직녀이 2006. 9. 19. 19:30

경북 문경 주흘산


역사에 있어 가정은 어쩌면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로 인해 역사의 교훈을 얻는다면 그 또한 의미가 적지않다 하겠다. 경북 문경의 주흘산(1,106m)은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좋은 단초를 제공한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최후 방어선은 충북 충주의 탄금대였다. 여기에 조선의 장수 신립은 8천여명의 병사와 함께 배수의 진을 치고 왜군을 맞았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용감히 싸웠지만 결과는 조선의 대참패로 끝이 났다.

산 넘어 산이 첩첩한 '산의 나라' 문경에서도 내로라 하는 산을 제쳐 놓고 진산의 자리에 올라 있는 주흘산. 오른쪽 둥근 바위봉이 잠두봉으로 불리는 주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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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당시 신립이 참모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조령(문경새재)에다 방어선을 구축했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후세의 사가와 전략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적어도 그렇게 단 시일내에 조선의 도성이 함락될 수 없고,나아가 전쟁의 양상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그들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조선의 군사는 수적으로 열세한데다 급조한 오합지졸이 대부분인 반면 왜군은 잘 훈련되고,조총이라는 신식무기로 무장한 '막강전력'이었다는 것. 이럴 경우 분지인 탄금대에서 정면승부를 펼치는 것보다 지형지물을 이용,기습 또는 매복전을 치르는 것이 더욱 현명한 병법이라는 것. 사정이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신립은 천혜의 요새인 조령을 버려두고 무모한 전투를 벌이다 패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막막한 세월이 흐른 지금,주흘산에 흐르는 역사의 회한은 바로 그 조령이 주흘과 어깨를 겯고 있는 영마루인데서 비롯한 것이다.

    이곳 출신의 시인 초운 이우철은 이렇듯 복잡다단한 감회를 아래의 시로 읊었다.

    주흘산은 문경읍을 병풍처럼 감싸며 구름 높이 솟아 있다. 용의 이빨처럼 뾰족한 하늘금은 기세도 당당해 '산의 나라' 문경에서 내로라 하는 뭇 산들을 제치고 진산의 반열에 올라 있다.

    산은 이렇듯 면모만 빼어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긴긴 역사의 길목을 지켜온 문경새재도 품고 있어 여느 산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감동을 전해준다. 시간 속으로 사라져 버린 수많은 사화(史話)와 길손의 갖가지 사연은 곳곳에 산재한 흔적과 계곡의 물소리,능선의 바람소리로 만날 수 있다.

    드러낸 것보다 감춰놓은 것이 더 많은 산은 그래서 마음으로 걸어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산행은 다양한 코스로 이뤄진다. 그 중 가장 인기있는 코스가 곡충골로 해서 주봉으로 오르는 혜국사 방면이다. 주흘산을 처음으로 찾는다면 권할 만한 코스다.

    산&산에서 소개하는 코스는 기존의 등로로 올라본 경우나 산을 색다르게 타고 싶은 사람들에게 알맞다. 모 산악전문지에도 소개됐던 이 코스는 문경읍에서 본 하늘금 왼쪽의 뾰족한 봉우리(관봉 1,039.1m 일명 고깔봉)와 주봉(1,075m)과 영봉(1,106m)을 한꺼번에 오르는 게 특징이다. 구체적 경로는 문경관광호텔~관봉(고깔봉)~주흘산 주봉~영봉~꽃밭서들~제2관문~제1관문~새재매표소 순이다.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30분쯤 되며 휴식시간을 포함한다면 6시간쯤 잡아야 할 것이다. 이 코스는 그러나 산불 경계령이 내리면 통제될 가능성이 높아 입산 전에 허용여부를 알아보고 오르는 것이 좋다(문경시청 문화관광과,산림과 산림보호 담당자 054-550-6060,6312).

    들머리는 문경읍 중초리 문경새재공원 입구 문경관광호텔이다. 호텔은 주차장 매표소를 지나 새재매표소에 닿기 전 200m 앞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50m만 더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보인다.

    호텔로 돌아가는 지점에 약돌돼지식당과 목련가든민박이 있고 맞은 편엔 공원관리사무소가 있다.

    산길은 관광호텔 왼쪽의 돌계단으로 올라 호텔 뒤편으로 나아가면 무덤 있는 능선으로 열린다. 본격적인 산행은 무덤을 지나 외길 능선으로 오르면 비로소 시작된다.

    고깔을 덮어쓴 듯 뾰족한 형상의 관봉은 들머리에서 2시간쯤 걸린다. 길은 능선을 따라 올라간다 생각하면 등로를 이어가는데 별 무리가 없다. 하지만 된비알로 오르는 구간이어서 가쁜 숨을 각오해야 한다. 봉우리 못 미친 바위지대는 오른쪽 아래가 수십 길 절벽이어서 조심해야 할 지점이다. 들머리에서 하초리갈림길까지 35분,로프 걸린 지점까지 35분, 정상까지 20분쯤 걸린다.

    관봉에서 주봉으로 이어지는 칼날 마루금은 이번 산행의 백미다. 곧추 세운 낭떠러지 아래로 펼쳐지는 문경의 산수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다행히 등로는 절벽을 피해 안전하게 나 있어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별다른 위험은 없다.

    누에가 머리를 들고 있는 모습과 비슷해서 잠두봉이라고 불리는 주봉은 주변의 산줄기를 호령하는 산세가 인상적이다. 남북으로 날개 같은 긴 능선을 거느리며 동쪽 하늘로 박차고 오르는 모습은 호쾌하기 그지없다.

    주봉은 또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시원한 산그리메가 압권이다. 일대의 뭇 산은 물론 멀리 도솔봉과 소백산도 한눈에 조망된다.

    주흘산은 다른 산과 달리 주봉이 상봉이 아닌 것이 눈길을 끈다. 상봉은 주봉에서 북쪽으로 1㎞쯤 떨어져 있는 영봉이다. 산 아래에서는 영봉을 볼 수 없어 근대적인 계측이 이뤄지기 전까지 주봉이 상봉의 역할을 대신했었다.

    주봉에서 시간이 마땅찮다면 영봉으로 가지 않고 곧바로 하산할 수 있다. 조곡골로 해서 제2관문으로 가면 30분쯤 단축할 수 있고 곡충골로 해서 제1관문으로 바로가면 1시간 정도 절약할 수 있다.

    상봉인 영봉은 주봉에서 35분쯤 걸려 닿는다.

    영봉에서의 하산은 영봉을 되돌아나와 이정표의 제2관문 방향으로 내려서야 한다. 영봉에서 직진하면 부봉이나 하늘재로 가게 된다.

    곳곳에 세워놓은 돌탑군이 인상적인 꽃밭서들은 내리쏟는 능선길을 따라 30분쯤 가면 산죽밭과 합수지점을 지나 만난다. 이후 길은 수레가 다닐 만큼 넓고 반반하다. 급하게 서둘지 않아도 30분이면 새재 제2관문인 조곡관에 닿는다.

    여기서부터 매표소까지 3㎞는 그 옛날 선비와 장사꾼들이 무수히 오르내렸던 애환 짙은 영남대로다. 길 곳곳에 당시의 문화 유적지가 즐비해 하산길이 지겹지 않다. 특히 지금은 탐방 열기가 식었지만 세계에서 5번째로 큰 드라마 촬영세트장도 만나볼 수 있어 발길을 즐겁게 한다. 새재매표소까지 40분 소요.